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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롯 꽁 머니 [방방곡곡 사서人 인터뷰] 이현애 사서슬롯 꽁 머니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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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슬롯 꽁 머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5-03-06 10:28조회6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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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꽤 괜찮은사람이게 하는 책 읽기

이현애 사서슬롯 꽁 머니와의 만남


인터뷰·사진 최문희편집장





이 지역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안도감을 주는 사서선생님이 있다. 이유는 모른다. 다만 올아 보이는 성품 너머로 아이들과 함께할 때 강물처럼 웃는 표정이 떠오른다는 것. 이따금 그의 서평에서 어린 인물이 어떻게 울고, 웃고, 뒤척이며 나아가는지 돌보는 눈빛을 만난다는 것. 그 빛이 포옹으로 맺힌다는 것. 고향은 인천이지만 강원에서 뼈를 묻다시피 한(?) 21년 차 이현애 사서선생님에 관한 몇몇 장면들이다. 그는 이번 인터뷰 장면에서도 한결같이 제도권 너머의 독서교육을 희망한다. 영화 같은 이야기로 들릴지 몰라도 매 순간 교사의 말은 진심으로 다가온다. 활동지와 실적에 파묻히는 독서교육이 작동하는 우리 안 몇몇 장면을 되짚을 수 있게 해주므로. 책 싫어증에 걸린 아이들이 책을 멀리하게 된 이유는 정말 스마트폰 때문일까? 그가 꾸리는 학교슬롯 꽁 머니은 이 질문들로부터 읽기 교육의 반경을 1도가량 다르게 넓힌다. 물론, 꽤 괜찮은 방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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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께서 쓰신 글들을 보면 ‘우리’ ‘곁’이라는 단어가 유독 많아요. 2005년 첫 사서슬롯 꽁 머니 시절, 선생님의 곁이 되어 준 제자와 사물은 무엇이었나요?

살던 지역은 인천이었는데, 강원에서 임용시험을 봤어요. 발령지가 원주여고였는데 온 가족이 원주로 이동해 집을 얻은 끝에 원주가 생활 근거지가 되었죠(편집자 주: 2025년 기준 이현애 교사는 다시 원주여고로 발령을 받았다). 첫 사서교사 시절 슬롯 꽁 머니 단골 학생이 있었는데, 책을 워낙 좋아했어요. 둘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친해졌죠.지원이와 석유 난로에 고구마를 구워 뜨끈한 차와 나눠 먹곤 했어요. 할아버지가 농사지은 거라면서 팔뚝만 한 고구마를 들고 와 준 기억이 선명해요. 집안에 갈등이 있을 때마다 묵묵히 중재하는 역할을 할 만큼 지원이는 의젓하고 부모님을 극진히 사랑하는 성품이었어요. 학구열이 높은 부모님을 따라 지원이는 서울로 전학을 갔고, 졸업하고도 메일을 주고받거나 종종 만났어요. 저에겐 그리운 사람들이 생각날 때마다 이메일로 안부를 건네는 습관이 있어요. 지원이와 소식이 뜨문뜨문 끊기던 즈음 어떻게 사나 궁금해서 메일을 보냈어요. 반갑게도 답장이 와서 지금까지 쭉 연락하고 지내요. 스승의 날이 되면 지원이는 차(茶)를 보내주는데, 제가 커피를 안 마시는 걸 기억하고 있더라고요. (웃음) 만날 때마다 둘이서 마셨던 좋은 기억이 스민 차를 사 오곤 해서 고마운 마음이에요. 그래서 지원이가 제 곁이 되어 준 제자 중 한 명이에요. 곁이 되어 준 사물 또한 우리 만남의 연결점이기도 한 음식인 ‘차’예요.


춘천과 횡성, 원주 등에서 근무하며 올해 21년 차를 맞이하셨는데, 30대 중반부터 슬롯 꽁 머니 일에 뛰어드셨다고요.

처음 근무한 곳은 인천에 있는 화도진슬롯 꽁 머니(현재 명칭: 인천광역시교육청화도진슬롯 꽁 머니)이에요. 공공슬롯 꽁 머니에서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처음 만들던 시기였고, 그곳에서 평생교육사 직종으로 6개월가량 일했어요. 아이를 키우는 동안에도 책만큼은 놓지 않았기 때문에, 집 바깥으로 나와서도 관련 직종의 일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슬롯 꽁 머니 일을 하면서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1)에서 시민운동을 했어요. 그곳에서 편집 일을 하면서 인터뷰도 다니고 ‘소금 같은 사람들’이라는 꼭지에 글도 쓰고 연극도 했죠. 그러다가 초등학교 사서보조원으로 일을 하게 되었어요. 2002년은 학교슬롯 꽁 머니 활성화 종합방안 5개년 계획이 수립되던 시기였는데, 인천에서 사서보조원 20명을 채용했어요. 그때만 해도 인천에 사서교사가 1명(이상훈 사서교사)밖에 없었던 시절이었고, 계획이 수립되면서 저도 2002년에 학교슬롯 꽁 머니에 입성했어요.


 

1) 1996년 창립한 인천 지역의 풀뿌리 시민단체. 미군 장갑차 여중생 압사 사건에 저항하고 우리 땅 부평미군 반환 운동,

인천대공원 유료화 반대 운동 등 지역 주민의 힘을 바탕으로 민주주의를 실현하고자 연대한 곳이다.



인천 함박초에서 학교슬롯 꽁 머니 일을 처음 하셨는데, 사서교사 임용 공부는 어느 틈에 하셨어요?

함박초 슬롯 꽁 머니은 교실 몇 개를 차지할 만큼 큰 규모였어요. 그때 학부모 도서도우미를 만들고 이용자교육을 했는데, 1년 동안 엄청 일했어요. 그러다 어느 날, 강원도에서 사서교사를 뽑는다는 공문을 봤어요. 시험을 쳐야겠다 싶어서 공부하자 마음먹고 스터디를 결성했는데, 세 사람이 모였어요. 한 명은 저고, 지금은 경기 지역에 계신 정재연 선생님, 또 한 명은 서울에 계신 류수미 선생님이에요. 두 사람 모두 학구열이 뛰어난데, 매주 만나서 3시간 공부하고 절도 있게(?) 헤어졌어요. 숭실대 근처에서 만났는데, 두 사람이 공부할 거리를 복사해 나눠 주면서 어떤 걸 공부하고 어떤 책을 사야 하는지 제게 일일이 알려 줬죠. 저를 참 많이 도와줬어요. 그렇게 돌아가며 공부할 거리를 발제하면서 분투한 끝에 임용시험에 한 번에 붙었어요. 2004년에 셋 다 합격했는데, 저는 미발령이 되어서 다음 해인 2005년에 임용됐고, 원주여고에서 사서교사로 일을 시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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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반곡중 아이들의 슬롯 꽁 머니 활동 모습을 폴라로이드로 인화한 사진. 슬롯 꽁 머니 벽면에 빼곡하게 추억되고 있다.



사서슬롯 꽁 머니로 일하시면서 만난 ‘난이도 별 다섯 개짜리’ 근무지도 있을 것 같아요.

원주여고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가 원주초로 이동하니, 낯설더라고요. 일단 슬롯 꽁 머니 자체가 경주의 고분인 천마총처럼 생긴 돔 모양이었어요. 창문이 없었고, 돌무덤 같았죠. 학교 100주년 기념관이라는 이 건물은 1층이 슬롯 꽁 머니이고 2층이 기념관이었는데, 2층에 유물들이 전시돼 있었어요. 출근할 때마다 무덤으로 입성하는 느낌이었어요. (‘웃픈’ 표정이 이어지고) 안내데스크도 좁아서 발도 제대로 못 뻗은 채 일해야 했는데, 스트레스를 받아서 퇴근 후 빨간 떡볶이를 한 냄비째 요리해서 먹고 자는 날들이 되풀이됐어요. 원주여고에서 일할 때만 하더라도 교사들과도 친하게 지냈거든요. 초등 선생님들이 계신 곳으로 가면서 인간관계가 ‘리셋’된 기분이 들었어요. 일 년에 공개 수업을 두 차례 하는 곳이었는데, 2년간 네 번의 공개 수업을 했어요. 수업 세안(세밀한 학습 과정안)과 약안(간단하게 줄인 안) 등을 치밀하게 준비하는 건 둘째치고, ‘보여 주기 위한 수업’을 짜는 일이 고역이었어요. 교사와 아이들이 즐거운 수업을 해야 하는데, 관리자급(교장, 교감, 연구부장 등)에게 잘 보여 주기 위한 수업을 계획하는 일이 저와 안 맞더라고요. 그래도 어린이가 커 가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초등학교 체계를 짧게나마 접할 수 있었던 건 나름 제게 힘이 되어 주었어요.


이후 사서교사위원회 위원장, 학교슬롯 꽁 머니모임 강원 대표를 연달아 맡으신 전적이 있는데, 기억에 남는 인연과 프로젝트도 많으실 것 같아요.

제일 좋아하는 모임은 전교조에서 개최하는 참교육실천대회(이하 ‘참실대회’)예요. 5회째부터 합류했고요. 상지대에서 열렸을 때 참여자로 신청했는데, 강원에 있는 선생님 중에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연락을 받고 협력하면서 잊지 못할 친구 또한 만났어요. 횡성에 있는 동갑내기였는데, 다음 카페 전국학교슬롯 꽁 머니모임을 통해 쪽지를 주고받았어요. 고등학교 국어교사(현재 들꽃심리상담센터 소장)로 김영주라는 친구였는데, 학교슬롯 꽁 머니 담당 교사이기도 했어요. 그 친구랑 교사들과 나눌 간식을 같이 준비했었죠. 3박 4일간 일정을 끝내고 난 다음 독서 모임을 만들었는데, 그 친구를 포함해 다 같이 7년간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눴어요. 이 만남의 시작점들이 참실대회였죠.


이천년대 초반 열린 참실대회와 최근의 참실대회를 비교한다면요?

참실대회 초반만 하더라도 학교슬롯 꽁 머니 담당교사 모임이 주축이었는데, 지금은 사서교사위원회에서 프로그램 전체를 꾸리고 있어요. 참실대회에서 꾸렸던 교육자료도 사서교사위원회로 이관하게 되었고요. 참실대회는 학교슬롯 꽁 머니 운영 사례나 독서교육 주제 사례를 15분~20분씩 계속 발표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요. 추후엔 그걸 모아서 토론도 하는데, 지금은 교사가 듣고 싶은 강연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유연하게 바뀌었어요. 사례 발표를 압축해서 진행하며 지나치게 길게 하지 않는 방식으로 변화했죠(편집자 주: 올해 참교육실천 분과 한마당 ‘학교슬롯 꽁 머니분과’는 1월 17일, ‘사서교사가 주도적으로 설계하는 교육과정’이라는 주제로 서울 용산에 위치한 교육의봄에서 열렸다).


2015년 공립형 대안특성화고인 현천고에도 근무하셨는데, ‘글 헤는 밤’ 동아리 학생들이 쓴 글을 엮어 『나·들: ‘나’가 아닌 나·들을 위하여』도 출판하셨죠. 책제목을 왜 나·들로 정하셨어요?

현천고에서 ‘곁’을 나누며 아이들과 찐하게 함께했어요. 네 권의 책을 냈는데, 매년 한 권씩 출판했죠. 첫 책이『나·들』, 두 번째 책이『흔적』, 세 번째 책이『우리는 다시 걸었다』예요. 그다음에 낸 책이『우리가 계절이라면』이고요. 『나·들』의 경우 아이들이 자신이 살아가는 순간을 기록하고 함께 하는 마음을 다지길 바라며 책제목을 지었어요(“<나·들은 나가 모여 우리가 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 하나하나의 모습을 간직하면서 사람들이 되는 공동체를 지향하는 마음을 담은 말입니다.”, 책 초입 중 발췌). 현천고에는 학생들의 자율적인 ‘나들 회의’가 열리는 ‘나들터’ 바로 위 다락방처럼 생긴 곳에 학교슬롯 꽁 머니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글 헤는 밤 아이들과 책을 읽곤 했어요. 독서캠프를 비롯해 학교 밖 활동도 바지런히 했는데, 청소년소설『싸우는 소년』을 쓴 오문세 작가님을 만나 아이들이 직접 인터뷰를 했던 기억도 생생해요. 유진이(현천고 졸업 학생)가 청소년소설 『싸우는 소년』을 감명 깊게 읽고 작가님한테 메일을 썼는데, 작가님도 인상적으로 기억해 주셨어요. 당시 학교에 ‘싸우는 소년’이 많았거든요. 싸우는 소년이 보일 때마다 소설을 쥐어 줬어요. 강원에서 인천까지 아이들을 데리고 가서 오 작가님 인터뷰를 했고, 그 내용이 잡지에 실리기도 했어요. 그러고 보니 <슬롯 꽁 머니과도 인연이 많네요(해당 인터뷰는 <슬롯 꽁 머니 2016 7+8월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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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천고에는 ‘꿈너머꿈’이라는 진로 인턴십이 있죠. 그때의 교육활동을 귀하게 간직하시고요.

꿈너머꿈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들을 찾아 생생하게 인터뷰하는 교육활동이에요. 애들 데리고 엄청 돌아다니며 ‘경험’했죠.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는 아이가 보이면 적극 만남을 주선해 주고, 그것으로 성장하면 더 많이 소개해 줬어요. 편집에 관심 있는 학생에겐 출판사 탐방을 주선해 줬고요. 아이들이 만나고 싶은 작가를 수소문해서 학교로 초청해 작가와의 만남도 정기적으로 가졌어요(편집자 주: 2024년까지 근무한 원주 반곡중 슬롯 꽁 머니에서도 이 교사는 박하령, 문경민 등 청소년소설가들과의 만남을 꾸렸다). 윤동주문학관, 김수영문학관 등은 물론 매년 서울국제도서전도 같이 관람했어요. 저는 아이들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싶은 마음이 커요. 생생하게 읽고, 쓰고, 한껏 어우러지길 바라요.


현재 강원지역의 학교슬롯 꽁 머니 전담인력 배치율은 51%, 원주 지역에 근무하는 사서교사는 13명으로 추산됩니다. 지역에 근무하며 시급하다고 느낀 정책은요?

강원에는 사서교사, 사서, 학교슬롯 꽁 머니 실무사 세 가지 직종이 있어요. 2023년부터 세 인력이 배치되지 않은 학교슬롯 꽁 머니에 예산을 들여 자원봉사자를 투입하는 실정이에요. 15시간 미만으로 근무하는 게 인력 배치 기준인데, 문제가 있다고 봐요. 전담인력이 배치되지 않은 학교슬롯 꽁 머니이 있는 곳은 소규모 학교인데, 대개 전교생이 50명이 채 되지 않거나 서른 명가량 학생들이 재학 중인 곳이거든요. 이런 작은 학교가 있는 마을을 보면 젊은이들이 거의 없는 실정인데, 고연령층의 자원봉사자가 학교슬롯 꽁 머니에 우두커니 앉아 있는 상황을 떠올리면, 이 사업이 타당할까 싶어요. 구멍가게 지키듯이 있는 게 의미가 있을까 의구심이 들어요.


마을상생사업이라는 측면을 고려하더라도 학교슬롯 꽁 머니에는 전문인력이 우선일 텐데요.

학교 입장에선 자원봉사자라도 두기를 원한다고 하더라고요. 하루에 단 세 시간이라도 학교슬롯 꽁 머니 문이 열려 있고, 외부 인건비로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할 테니까요. 학교슬롯 꽁 머니은 교육기관이기에 전문인력이 배치되는 것이 마땅해요. 지금 당장 예산을 들여서 약간의 효과를 본다 하더라도, 장기적으로 보면 교육적 효과를 얻을 순 없을 테니까요. 사서교사를 많이 배치하는 것이 대안일 텐데, 올해 강원지역 사서교사 티오는 0명이잖아요. 그런데 소규모 학교슬롯 꽁 머니에 대한 자원봉사자 인력은 더 확대된 형편이니, 학교슬롯 꽁 머니 본연의 기능을 엄중히 새겨야 할 시기라고 봐요.

 
『학교슬롯 꽁 머니을 사랑한 사람들』(단비)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책 읽기, 독서교육으로 규정되지 않은 읽기를 하고 싶다.”라고 하셨지요.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독서교육의 모양은 무엇인가요?

‘독서’에 ‘교육’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면 생기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어요. 독서에 교육적인 걸 담아야 한다는 압박이 생겨나니까요. 그래서 “완전히 자유로운 책 읽기를 하고 싶다.”라고 썼던 거예요. 학교슬롯 꽁 머니에 있다 보면, 아이들이 책 읽는 걸 그렇게 싫어하진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요즘 책 읽는 거 친구들도 싫어해요.’ ‘글자만 보면 머리가 아파요.’ 식 이야기를 많이 듣는데, 그 푸념들 속에서 아이들을 가만히 보면 책 자체를 싫어하지는 않는단 말이죠. 책 읽으라고 하면, “선생님, 만화책 읽어도 돼요?” 하고 아이들이 물어봐요. 어쩌면 교육적인 성취를 얻어야 한다는 분위기 탓에 아이들이 독서를 풀어야 할 숙제로 여긴다는 것, 그래서 부담을 느껴 읽기조차 힘들어한다는 것을 우리가 짚어야 하지 않을까요?


선생님께선 수업을 통해 읽기 강박을 어떻게 덜고 계신가요?


2024년 자유학기제 수업을 맡아서 아이들과 한 학기 한 권 읽기를 했어요. 당시 책 읽기가 어려운 아이들한테는 얇은 책을 추천해 줬어요. 그 아이들에게 줄곧 건넨 책은 창비 ‘소설의 첫 만남’ 시리즈로, 이야기 한 편을 소화하는 게 어려운 아이들에게도 완독의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책들이에요. 저는 아이가 책을 다 읽고 나면 “너, 책 한 권 다 읽은 거야.” 말해 줘요. 그때 아이는 자신이 책을 못 읽는 아이가 아니라는 걸 알게 돼요. 혹여 책을 읽다가 어려운 단어가 나오면 단어를 써 놓고 같이 뜻을 찾아봐요. 책 읽기가 무진장 어려운 아이가 있다면, 우선 아이 곁에 앉아요. 나란히 낭독도 하고 서로 번갈아가면서 읽어 보기도 하고요. 이런 과정이 교육과정의 시작이 아닐까 싶어요. 그런데 독서교육이라는 명목하에 틀에 짜인 활동지 문항을 빽빽하게 채우다 보면, 아이들이 독서에서 점점 멀어지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서 즐겁게 책에 다가가기 위한 연구를 앞으로도 골똘하게 하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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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으로 남기는 독서교육이 아니라 제도권 너머의 독서교육을 꿈꾸시는 듯해요. 5년 뒤에는 어떤 모습으로 월요일과 일요일을 보내고 계실지 궁금해지네요.

그때도 비슷하게 바쁜 월요일을 보낼 테죠. 아이들이 직접 책을 반납하면 “이 책 읽었니? 어땠어, 재밌었어?” 물어보고, 답이 오면 “어디가 좋았니? 나도 읽었는데!”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아이들한테 책 소개 받는 거 무진장 좋아하거든요. 한 학생이 책표지에 공룡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며, 직접 그린 공룡 그림을 들고 와 이 그림이 그려진 책을 찾아달라고 한 적 있어요. 2024년 제가 읽은 책 중 베스트였는데, 아이가 마침내 찾은 그 책은 『우리는 조구만 존재야』 (조구만 스튜디오) 라는 에세이예요. 생각 많은 초식 공룡 ‘브라키오’의 일상을 그린 이 책은 나와 나를 둘러싼 관계를 주제로 한 질문들이 담겼는데, 별게 아닌 것 같은데 꼭 한 가지씩 느낌표를 줘요. 일요일에는··· (편집자: 선생님, 그림 잘 그리시잖아요.) 에이, 이젠 안 그려요. 그동안 그린 그림들을 학교슬롯 꽁 머니 안내데스크 벽면에 아이들 사진이랑 걸어 두긴 했는데, 요샌 강아지 산책에 올인하느라 못 해요. (웃음) 아무튼 일찍 잠자리에 들 것 같아요. 밤 여덟 시쯤 유튜브 보다가 머리맡에 핸드폰 놓고 잠이 들겠죠? 다음 날의 학교슬롯 꽁 머니을 생각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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