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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저자 [팬심과 펜심]『우리는 여름』 윤슬빛 작가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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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바카라 온라인 쪽지바카라 온라인기 메일바카라 온라인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5-01-03 15:02조회24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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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에서 생활을 잇고 글을 쓰고 계시죠. 가족과 동고동락하며 어떤 하루를 바카라 온라인고 계신가요?

저와 같이 사는 가족 중에 열세 살의 어린이가 있어요. 그 친구가 어릴 때는 함께 챙기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지금은 많이 커서 예전보다는 일상이 조금 단순해졌어요. 제 하루 루틴을 살펴보자면, 낮에는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고 저녁 무렵부터는 온전히 저를 위한 시간을 바카라 온라인고 있어요. 글쓰기 외에도 온라인 모임들에 참여하며 사람들과 책 이야기를 나누는데요. 동화 쓰는 모임 ‘삐삐’, 동시 쓰는 모임 ‘돌씨앗’ 그리고 퀴어 문학 읽기 모임에 참여하고 있고, 동인 ‘글라글라’로 활동하고 있어요. 그분들과 책이야기뿐 아니라 사는 이야기도 나누고요. 이따금 함께 사는 고양이들하고도 놀아요.


함께 사는 어린이에 대한 사랑이 각별하신데요. 은근 힘이 되어 줬을 것 같아요.

저희 집 어린이는 저랑 성격이 반대라서 굉장히 씩씩하고 사람을 엄청 좋아하고 활동적이에요. 친구들을 집에 자주 데려와서 어린이들을 만날 귀한 기회를 주기도 합니다. (웃음) 실은 이 어린이와 살면서 사랑을 배웠어요. ‘주고받는 사랑’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죠. 어린이랑 있었던 시간 덕분에 제가 동화라는 세계에 더 깊숙이 들어갈 수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저는 우리 ‘은빛이’한테 긴 편지를 쓰는 마음으로 동화를 쓰고 있어요.


첫 동화 『오늘의 햇살』에서 “동화는 제가 아는 가장 다정한 세계”라고 말씀하셨어요. 그 세계에 발을 들인 날과 도저히 발 뺄 수 없었던 순간을 말씀해 보신다면요?

막연히 소설을 써야지, 생각하고 문예창작과에 진학했어요. 글을 쓰면서 살고 싶긴 했지만, 바카라 온라인를 다니면서 제가 그럴 수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시절이 있었어요. 그러다가 황선미 교수님과 김지은 교수님의 수업을 들으면서 아동문학이라는 또 다른 세계를 만났어요. 그 무렵부터 동화라는 세계가 다정하고 아름다운 색을 품었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이런 이야기를 내가 읽고 싶었구나. 쓰고 싶어졌구나.’ 하면서 두근거렸죠. 그때 아동문학 모임 ‘삐삐’에 들어가면서 좀더 즐겁게 헤맬 수 있었어요. 그 시절 읽은 동화 가운데『그리운 메이 아줌마』(신시아 라일런트)가 인상적이었어요. 한 어린이가 메이 아줌마를 잃고 나서의 일상을 담은 이야기인데요. 메이 아줌마는 주인공에게 처음 사랑을 알려 준 사람이에요. 사람을 잃고 나서 어린이가 애도하고 회복하는 내용을 담은 동화에 마음이 가더라고요. 우리는 때때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을 수밖에 없고, 그건 어린이도 마찬가지잖아요. ‘그렇다면어린이가 상실을 어떻게 배울 수 있을까? 그걸 안고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싶어졌는데, 그 고민을이미 동화 안에서 다루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어요. 쓰면서 힘들었던 순간도 많았어요. 어른인 제가 동화를 쓰면서 낡은 현실을 얘기하게 되지 않을까, 훈계하는 식의 작품을 쓰면 어떡하지, 싶은 고민도 생겨났거든요. 그때도 지금도 어린이의 마음을 헤아려 보자는 마음만큼은 놓지 않고 있어요. 제가동화를 쓰면서 만난 어린이들을 떠올리다 보면, 동화를 쓰는 일이 기꺼이 고군분투해 볼 만한 작업이다싶어요. 작품을 쓰는 동안 아무래도 어린이 독자를 계속 생각하게 되는데요. 제가 쓰는 이야기가 어린이에게 좋은 방식으로 다가갈 수 있을 거라고 믿어 보는 것이 저에게는 큰 버팀목이 되어 주었어요.


꾸준히 쓰는 삶을 마음 먹기가 말처럼 쉽진 않으셨을 텐데요. 힘들 때 내리신 나름의처방전 같은 게 있을까요?

눈앞에 놓인 생활을 해결하려다 보니 글 쓰는 게 뒷전이 되었던 시절도 있었어요. 그럼에도 써야 하지않나 하는 생각들이 저를 옭아맸던 나날들에 내린 처방은 ‘다섯 줄 쓰기’였어요. 많이 쓰려고 하지 않고, 딱 다섯 줄만 쓰고 ‘오늘은 이걸로 됐다!’ 마음먹었던 때가 있었거든요. 썼던 문장은 간단했어요.‘나는 잤다, 나는 걷는다, 나는 커피를 마셨다’ 식의 간결한 글들을 썼고, 차곡차곡 다섯 줄씩 쓴 문장들을 모으다 보니 어느 정도 (동화로 완성할 수 있는) 분량이 나오더라고요. 실은 버린 문장도 많아요. 한꺼번에 완성해야겠단 부담을 떨치고 조금씩 채워 나가는 마음가짐이 저한테 필요했던 것 같아요.


이후 출간한 『갈림길』에 이르기까지, 두 단편동화집에 나오는 어린이들은 새로운 부모가 생겼거나 한부모가정 혹은 아픈 보호자를 가진 경우가 많아요. 마음에 들일 수밖에 없었던 까닭과 이를 쓸 때 갖추고자 하는 작가님의 윤리가 궁금해요.

가족이란 처음엔 무작위로 정해지는 거잖아요. 돌봄이 필요한 존재인 어린이들이 가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상황들이 분명히 있을 텐데, 그런 장면들을 동화에서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던것 같아요. 세상에 살고 있는 다양한 가족들의 모습을 동화로 그려내는 노력 또한 필요하다고 느꼈고요. 김지은 평론가께서는 “어린이가 있는 자리를 자꾸 새로 고침해야 한다(『우리 모두는 어린이였다』)”라고 쓰신 적 있어요. 전 동화를 쓸 때 이 문장을 종종 지침으로 삼아요. 어린이문학은 소수자 문학인데,저는 그 점을 무척 사랑하거든요. 눈에 잘 띄지 않아도 잘 들리지 않아도 어떤 자리에 어린이가 서 있을거라고 믿고, 그 어린이가 읽을 동화를 함부로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게 나름의 (쓰기) 윤리예요. 그윤리를 바탕으로 지켜야겠다고 여기는 것들이 있어요. 어린이라는 존재를 제대로 보지 않으면 저지르고마는 실수들이 있거든요. 나보다 어리니까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이 글을 쓰는 와중에 끼어들 수도 있고요. 저는 어린이에게 언어가 없다고 해서 그 어린이가 다 모르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어린이가 어떤상황을 보고, 이해하고, 느끼는 것들이 분명 있는데, 어리다는 말 아래에서 뭉뚱그려지는 게 생길 수있어요. 그러다 보면 상처를 주게 되고요. 저는 동화을 쓰면서 어린이가 입체적인 존재라는 걸 계속 환기하려고 해요.그리고 (작품을 쓸 때 예상할 만한) 쉬운 선택을 내리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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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우리는 여름』은 태권도 영재인 열두 살 이나가 도장 친구들과 호흡을 맞춰 태권 체조 경연에 나가는 이야기예요. 태권 체조에 꽂힌 계기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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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태권도를 했는데 3단까지 땄어요. (웃음) 처음으로 장편 동화를 쓰면서 이왕 용감하고 씩씩하고 적극적으로 몸을 움직이는 여자 어린이가 나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태권도는 제가 아는 이야기니 해 봐야겠다 싶었고요. 실은 끝없이 평가를 받고 인정을 받아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어요. 잘하고 싶다는 마음과 잘해야 한다는 마음의 간격을 골똘히 생각했죠. 뭔가 하고 싶으면 하고 싶은 대로, 하기 싫으면 하기 싫은 대로, 마음껏 해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던 무렵이었죠. 어린이들도 그런 자유로움을 누렸으면좋겠다는 마음으로 이번 동화를 쓰게 되었고요. 『우리는 여름』에 나오는 이나가 ‘한 곳(태권도)’에 매몰되지 않고,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릴만한 것들을 찾다가 태권 체조는 어떨까, 싶더라고요. 태권 체조는 협업운동이라 함께 이루는 호흡이 중요하거든요. 짧은 시간 안에 여러 동작을 섞은 태권 체조 영상을 찾아보고 전문 용어도 공부했는데, 편집자님께서 많이 도와주셨어요.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선정작이기도 한데, 완성하기까지 일 년 정도 걸렸어요. 브런치로 연재하다가 쓴 것들을 모아 출판사를 통해 책으로 내게 되었죠.


만족을 모르는 지 관장으로 인해 이나의 친구인 세찬은 점점 삐뚤어지고 폭력적으로변해 가요. 세찬이 캐릭터를 구축하면서 들었던 고민이나 보람이 있을 것 같아요.

세찬이를 생각하면 미안해요. 이나의 반대 선상에 있는 캐릭터여서 성격도 주인공과 다르고, 아버지의억압으로 억눌린 사연도 갖고 있거든요. 친구들에게 솔직하지 못한 행동을 할 수밖에 없는 인물이에요.내심 고민하면서 세찬이의 이야기를 썼는데, 그럼에도 세찬이가 자기 마음을 조금씩 더 알게 되고, 지금보다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거라는 기대가 들었어요. 극중 시종일관 완벽을 요구하는 아버지이자태권도장을 운영하는 지 관장에게 세찬이가 폭력을 당하는 장면이 나와요(편집자 주: 태권도장 동기인 서하를 타깃으로 한 몰카를 찍어 모멸감을 준 세찬이를 이나가 뒤돌려차기한 다음 장면, 세찬이는 아버지에게 야단을맞는 이중고를 겪는다). 사라진 세찬이가 걱정돼 뒤쫓은 이나와 세찬이가 대치하는 다음 장면에서 세찬이는 “네 말이면 다 들어주고, 너 불쌍하다고 다 봐주잖아!”라는 말을 이나에게 해요(주인공 이나는 부모대신 고모한테 맡겨져 돌봄을 받고 있다). 이나는 고모가 곁을 지켜 주지만 세찬이는 심적으로 고립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여 있고, 자기 자신에게조차 적대적일 수밖에 없어서 마음의 문을 닫고 자기도 모르게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하는데, 그 장면을 쓸 때 마음이 아팠어요. 그럼에도 이나와 더불어 조금씩자기 자신을 위한 선택을 하면서 지금보다 더 나은 방향에 서 있을 거란 희망을 가졌어요. 덕분에 세찬이가 애틋해졌고, 세찬이를 응원하면서 동화를 썼던 것 같아요.


완벽주의자인 이나에게 힘 좀 빼도 된다고 격려하는 진아, “한 사람이 실수해도 그게 흠으로 보이지 않을 만큼 잘 어우러지는 모습이 진짜 좋은 팀”이라고 말하는 선배 등 서브 주인공들도 매력 있었어요. 그중 작가님께서 최애하는 캐릭터는요?

첫째 최애는진아 언니예요. 극중 이나와 친구 서하가 태권 체조를 해 보자며 팀을 모을 때 제일 먼저 꼬신 인물인데요. 팀이 흔들릴 때마다 중심을 잡아 주고, 느긋하게 동생을 지켜보다가 도움이 필요할땐 조율에 나서는 박력 있는 캐릭터예요. 동글동글하고 먹는 걸 좋아하는 점은 저와도 닮았고요. (웃음) 진아 언니의 할머니 양 여사도 등장하는데, 양 여사 역시 진아 언니처럼 씩씩하고 멋진 분이에요. 태권 체조 경연이 열리는 날, 든든하게 이나네 고모와 관람객에서 자리를 지켜 주고요(편집자 주: 극중 진아가 양 여사가 자신에게 가르쳐 준 세 가지를 동생들에게 언급하는 장면이 나온다. ‘밥 굶지 마라, 남한테 함부로굴지 마라. 인생 짧다, 하고 싶은 일을 해라.’). 강 사범은 주인공 이나의 고모로, 포용적일 땐 포용적이고 단호할 땐 단호한 인물이에요. 제가 생각하는 좋은 어른에 가까운 인물이강 사범이라 둘째 최애로 꼽아요. 세 번째로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구름이는 수줍음이 많으면서도 용기 있는 캐릭터예요. 태권도장에 오는 어린이 중에 어쩔 수 없이 운동을 시작하는 경우도 있는데, 구름이도 그중 하나예요. 서하가억울한 상황에 내몰렸을 때 “헛소리하지 말고 얼른 지우라고!” 큰소리를 낸 장면에서 구름이의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어요. 약할 줄 알았던 구름이가 끝까지 버티는 모습에 친구들이 칭찬하자, 자기도“오기”가 있다며 대꾸하는 장면을 좋아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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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가 괴로워하는 세찬에게 “좋은지 싫은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연습부터 해야 한대.” 하고 조언하는 장면이 백미였어요. 세찬이와 이나는 그 연습을 어떻게 해 나갈수 있을까요?

살다 보면 좋다 싫다를 딱 나눌 수 있는 순간보다 결정하기 애매하거나 모호한 순간들이 훨씬 많은 것같아요. 제가 글을 쓸 때도 내가 이걸 좋아하는 게 맞나 싶을 때도 있었고, 그만하고 싶을 때가 많았거든요. 우리 앞에 놓인 대부분의 순간들과 선택들은 바로 알아채고 결정할 수 있는 성질의 것들은 아닌것 같아요. 다만, 매 순간 지친다 싶을 때 혹은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멈춰서 차근차근 내 마음을 살펴보는 연습을 계속해야 한다고 믿어요.(편집자: 그런 어린이가 눈앞에 서 있다면 어떤 말을 건네고 싶나요?)어른이든 어린이든 멈춰 있는 시간이 필요할 때가 있어요. 세상은 바쁘게 돌아가고 확확 바뀌기에멈춰서 생각하는 시간 또한 부족하다고 느낄 때가 많잖아요. 그럼에도 한숨을 돌려 고민스러운 그 순간에서 한 발자국 떨어져서 보라는 이야기는 흔해도 필요한 듯해요. 저도 그 연습이 여전히 필요한 것같고요. 비슷하게 부침을 겪는 어린이가 눈앞에 있다면 “괜찮아.” 하고 먼저 다독이고 싶어요. 그런 다음 “잠깐 쉬어 볼까?”라는 말을 건네고 싶어요.


그동안 작가와의 만남도 여럿 하셨는데, 어린이와 어떤 독후활동을 진행하셨나요? 

제가 쓴 동화를 함께 읽고, 동화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설명한 다음 어린이들과 자기 이야기를 쓰는시간을 가져요. 글쓰기 수업은 바카라 온라인에서 많이들 할 테지만,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과연 많을까 싶었거든요. 『플랜B의 은유』로 만났을 때는 나에게 가장 상처를 줬던 대사(말)를 중점으로 쓰기활동을 했어요. 그 문장으로 시작해서 대사를 주고받는 연습도 같이 했어요. 『갈림길』을 읽고서는 주인공이 어디 서 있는지, 날씨는 지금 어떤지 집중하는 독서활동을 했어요. 인물, 사건, 배경에 중점을 두고 글쓰기를 하며 나와 타인을 탐색하는 시간을 줄곧 보냈던 것 같아요. 이번 동화 『우리는 여름』을통해서는 어린이들 각자 내가 좋아하는지 잘하는지 헷갈리는 것을 자유롭게 이야기해 보고 써 보는 시간을 가져도 괜찮을 것 같아요. 현장에서 어린이들을 만나다 보면, 아주 가끔 자신만의 내밀한 이야기를 건네주는 어린이도 있어요. 어디 가서 이 친구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말하진 않지만, 그 친구가 꺼내 놓은 이야기를 내심 오랫동안 생각해요. 한 어린이가 용기를 내서 마음을 열었다는 사실에 기쁜 순간들이 있거든요. 제 책을 읽으면서 어린이가 자기와 마주하는 용기를 갖는다면 기쁠 것 같아요. 자신의이야기와 닮은 한 장면을 읽고 마음을 꺼내고 싶은 찰나가 생긴다면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울 것 같아요.


『플랜B의 은유』 수록 단편 「고백」에서 좋아하는 마음을 어쩔 줄 몰라 하는 주인공이 상대방에게 마음을 할퀴는 말을 한 뒤 스스로 갈피를 잡아 사과하고, “좋아해”고백하는 장면이 압권이었어요. 작가님은 어린이에게 어떤 고백을 하고 싶나요?

만나서 기쁘고, 떨리고, 반갑다고 말하고 싶어요. 독자를 책 나오기 전까진 만날 수 없잖아요. 혼자서 언어와 이야기를 만지는 시간이 길어요. 그래서 어린이들의 목소리를 상상하는 것, 그걸 읽은 독자의 얼굴을 상상하는 것이 뜻깊고 기쁜 일이라는 고백을 하고 싶어요. 동화를 다 쓰고 난 뒤 인사말 꼭지에“어디든 원하는 곳으로 가길 바라요. 종종 마주칠 수 있길 바랍니다.(『플랜B의 은유』에 나오는 ‘작가의말’)”와 같은 말들을 써두곤 해요. 제 책을 읽은 어린이가 어른이 돼서 “저, 그 책 읽었어요.”라고 말해주는 순간을 기다리고 있어요. 그게 동화가 주는 큰 기쁨 중 하나일 테니까요. 어쩌면 이는 어린이 독자가 어른이 되어서도 그 책을 기억하고 다시 꺼내서 읽는 순간을 고대하고 있다는 고백일 수도 있겠네요. 진심 그 순간을 바라요. “종종 마주칠 수 있길 바라요. 어디서든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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